무지 지루했던 목요일에 갑자기 동네에 춤을 추러 가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소싯적 '위너스'(지금도 있더라)라는 유명 댄스 학원을 착실히 다니며, 걸스힙합 동아리에서 업다운 연습하던 기억을 떠올렸다.. 자, 소녀의 힙합 DNA를 깨워내보자.. 원래는 왕초보반에 들어가 1시간 10분 정도만 살짝 추고 나오려고 했는데, 춤추는 건 여전히 즐거웠고, 안내 데스크에 있는 분이 새로운 반을 권하시는 거다. "너~무 잘 따라가시는데~요?(과장임.) 한 달 정도만 지나면 날~아다니시겠어요~!(역시 과장임.) 클래스 하나 더 들~어보실래~요?" 지루함이 나를 세 시간이나 춤추게 했다.
지루함은 이토록 위대한 것이로군, 감탄하며 지루함의 순기능에 대해 생각해봤다.
지루함의 순기능
1. 해보고 싶었던 것들이 떠오른다. (왜? 지루하니까!)
2. 해보고 싶었던 것을 하게 된다. (왜? 지루하니까!)
3. 1-2를 통해 (혹은 1-2와 무관하게) 사유하게 된다.
4. 1-3을 통해 새로운 아웃풋이 생겨난다.
갑자기 여행을 떠나고 싶어!
영은과 나는 5-6월에 책을 내고 잠시 빈 시간을 갖기로 했다. 그동안 이곳저곳으로 즉흥적인 여행을 종종 다녀왔다. 자연도 거닐고, 땅도 보고(땅을 사고 싶다), 좋아하는 친구들과 잠시 여행을 다녀오기도 하고, 앞으로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미리 하고 계신 분, 언젠가는 프로젝트를 함께 해보고 싶은 분들도 만났다. 새로운 공간과 서비스를 경험하는 것도 재밌었다. 그런 경험을 찾아 떠난 것이 아니라, 빈 공간을 만들다보니 우연찮게 그런 경험들이 우리를 찾아왔다. 여행에서는 종종 아무것도 안 하는 것 같은 순간에 얼마나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사실 여행 자체가 삶을 바꾸는 건 아니다. 여행을 떠난다고 문제에 대한 답이 절로 찾아지는 건 더더욱 아니다. 하지만 여행이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에게 종종 관점의 전환을 가져다주는 것만은 확실하다. 여행을 떠나면 어딜 가도 자연히 관찰자가 된다. (관찰자로 남을 수 밖에 없다.) 관찰자의 시선은 평소의 시선을 덮어쓰기(override)하는 모양인지, 이제까지 놓쳤던 여러 문제들이 눈에 보였다. 고집스럽게 지켜오던 방식에 의구심이 생겨났다.
여행의 막바지에는 언제나 그렇듯(?)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데, 이번에는 서비스를 재정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끓어서 였다. 6개월동안 손에서 놓았던 회사 일을 다시 시작하려니 행복감과 설렘이 밀려왔다. 돌아오자마자 함께 서비스를 뚝딱뚝딱 개편했고, 영은과 나는 같은 문제를 함께 풀어가는 느낌을 오랜만에 다시 느꼈다. 기대 이상의 좋은 성과로 그간 회사에 넣었던 돈을 돌려받을 수 있었을 때는 눈물이라도 날 것 같았다.
잘 채우려는 욕심으로 비우기
회사가 내 시간을 사갔을 때를 돌이켜 보면, 회사(혹은 나 스스로)는 나에게 충분히 지루할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하지 않았다. 매달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돈은 생각해야 할 이유를 앗아갔다. 지루할 틈 없이 지냈던 나는 이상하게도 멍청해졌다. 바빠서 똑똑해질 줄 알았는데,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돌아볼 여유도, 이유도 사라지니 생각을 멈추게 됐다.
시간을 잘 쓰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은 발에 채일만큼 흔하다. 오늘 하루가 내 삶을 만든다는 말도 참 좋은 말이다. 하지만 때로 이런 말들을 너무 단면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아닐까 싶다. 없는 시간을 잘 쓴다는 게 가능할까? 사람은 그런 식으로는 작동하지 않는다. 계속 뛰는데 더 뛰고 싶은 마음이 생겨날까? 비우지 않고 계속 채우기만 할 수는 없다. 빈 공간이 있기 때문에 리듬이 만들어진다. 비워야 채울 수 있다. 잘 채우려는 욕심이 있기 때문에 비운다고 한다면 너무 엉뚱하게 들리려나.
** 정정보도의 정정보도를 드립니다. 대체 탐툰인지, 툰탐인지, 툼탄인지, 투탕카멘인지(ㅜㅜ) 알 수 없는 혼재된 레터를 보냈더랬죠. 혹시나 마마담 중 누구라도 약국에서 '툰탐' 이나 '탐툰'을 찾으셨다면 죄송해요!! 추천하는 제품은 탄툼 가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