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고통을 나르고, 또 다른 이는 사랑을 나르고
“그 사람 왜 그랬대?” “들어보니 힘든 일이 많았더라고.” 뒤틀린 생각이나 행동, 문화의 이유를 묻다 보면 누적된 고통의 경험을 만나게 될 때가 많다. 한 사람의 고통은 그 사람에게서 끝나는 법이 없다. 고통이 고통을 불러와 더 큰 고통이 된다.
하지만 세상에는 고통의 경험을 고통으로 되갚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순리대로라면 고통을 날라야 하는데 고통을 사랑으로 치환해버리는 사람들 말이다. 그 중 내가 만난 이들은 원래부터 그런 사람이었다기 보다는, 그렇게 하기로 애써 선택한 사람들 같았다. 어쩌면 그런 사람이 있는 게 아니라, 그런 선택만이 있는지도 모른다. 자발적으로 고통을 멈추길 택하는 일이야말로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작은 기적들이 적지 않았다. 사랑을 나르는 사람이 따로 있지 않듯이, 사랑을 나르는 일도 따로 있지 않나 보다. 가벼운 발걸음, 문을 잡아주는 손, 후추통을 식탁에 내려놓는 손짓, 이야기를 경청하는 태도, 호기심 어린 질문, 때로는 강경한 목소리로 사소하고 부지런하게 사랑을 날랐다. 누군가가 그들의 힘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알지 못한 채로 말이다.
고통이 고통을 제곱하듯이, 사랑도 사랑을 제곱한다. 만약 고통에만 제곱의 법칙이 적용되었다면 세상은 얼마나 황폐했을까. 지금 이 순간에도 고통은 고통이 되고, 사랑은 사랑이 되는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