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계속 목과 어깨가 아팠다. 사실 요즘이라고 말하기 애매하다. 2월쯤 지언 님과 영은 님을 만났을 때도 몸이 좋지 않다고 했었다. 겨울 초입에 스쿼트를 무리해서 하다 무릎이 아프기 시작한 이후로 겁이 나서 운동을 멈춘 지 3개월 째였다. 대안으로 3월부터 요가를 다니기 시작했다.
요가를 하면 분명 목과 어깨가 한결 나아졌다. 그런데 문제는 아침에 몸을 부지런히 써서 부드럽게 만들어줘도 저녁이 되면 놀랍도록 다시 굳는다는 것이었다. 황망한 마음으로 늦은 밤 다시 꼼꼼하게 스트레칭을 해야지 겨우 잠에 들 수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잠자리도 불편하고, 다음날 업무에도 지장이 갈 거란 것을 여러 번의 반복 속에 깨달았다. 문득 건강하기가 왜 이렇게 어렵기만 한 건지 속상하고 이유 모를 억울함이 몰려왔다.
그러다 도저히 시간이 나지 않아 며칠 요가를 가지 않았더니, 아예 목이 움직이지 않는 수준이 되어서 결국 병원에 방문했다. 의사 선생님은 조금 특이했다. 보통 목과 어깨가 아프다고 하면 그곳을 살펴보며 이야기 나누는데, 내 몸 여기저기 체크하시더니 근본적인 문제를 이야기하셨다.
“호흡이 너무 짧아져 있어요. 몸이 하루 종일 긴장상태여서 아침에 스트레칭을 해도, 저녁만 되면 다시 굳는 거예요. 일하는 내내 숨을 안 쉬고 긴장하고, 일상 속에서도 긴장 상태일 때가 많아 보이네요.“
생각해 보니 나는 ‘숨도 안 쉬고 일했다’라는 표현을 종종 쓴다. 그만큼 집중해서 일을 빨리 쳐내고, 업무 시간을 줄이려는 나름의 노력의 일환이었는데.. 지난달에 버스에서 원고를 쓰다가 내리자마자 헛구역질 했던 기억도 떠올랐다. 멀미가 없다는 장점을 살려 이동 시간에 마감 직전인 원고를 처리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몸이 말을 안 듣고 없던 멀미가 생긴 것이다.
시간을 허투루 쓰기 싫다는 마음이 있다. 시간이 귀하고, 금같다. 이건 꼭 모든 시간에 일을 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사랑하는 가족, 친구와 만나거나 나에게 휴식을 주는 시간도 소중한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는 일의 일환이었다. 20대 때 시간을 막 써버린 것 같다는 짙은 후회가 남긴 강박이었다. 그러다 보니 모든 시간에 무언가 하려 했었고, 결국 모든 행위가 쌓여서 내 몸에 긴장으로 남았다. 의사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몇 년 전 운동 선생님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이해되기 시작했다.
“유진님 몸은 긴장도가 높아요. 그래서 다른 사람보다 스트레칭을 꼼꼼히 해주셔야 합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긴장이 여태 어려운 일이 생기면 긴장하는 마음인 줄 알았다. 늘 나에게 과분한 일을 해내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사 선생님과 이야기 하다보니 이건 몸과 마음이 쉽게 긴장 상태가 된다는 뜻이 아니라, 끊임없이 어딘가에 집중하느라 신체 부위가 긴장을 많이 한다는 뜻 같았다.
긴장의 사전적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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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조이고 정신을 바짝 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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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나 분위기가 평온하지 않은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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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이나 신경 중추의 지속적인 수축, 흥분 상태.
즉 나에게 있는 긴장 상태가 1번인 줄 알고 살았는데, 3번이었다. 이동하는 버스에서 휴대폰으로 업무하며 생기는 목의 긴장, 사람 많은 곳을 돌아다니며 생기는 몸의 긴장, 무언가 끊임없이 읽고 생산하며 생기는 정신적 긴장. 전반적으로 일상에 긴장할 일이 많았다.
이동하는 시간에 일을 하나라도 더 해내면 뿌듯했다. 수많은 투두리스트 중 하나가 지워지는 쾌감, 감사함, 안도감. 시간과 시간의 틈이 생기면 그 안에 무언가 채워 넣고자 했다. 읽고 싶었던 칼럼을 읽거나 영어 공부를 하는 것까지. 해야만 한다는 불안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 보다는 순수하게 즐거워서 했다. 다만 쇼츠나 릴스를 보는게 아니라 나에게 도움이 되는 걸 한다는 생각에 이것이 신체적으로 스트레스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휴대폰이 없던 시절에는 멍 때리면서 누군갈 기다렸다고 하는데… 결국 그 시간이 나에게 없어서 몸이 이렇게 되었구나.
의사는 시간의 틈이 생겼을 때 무언가 하려고 하지 말고 숨쉬기 운동을 하라는 조언을 했다. 장난으로 말하는 ‘숨쉬기 운동 했어!’는 사실 장난으로 말할 게 아니라 제일 중요한 운동이었다. 갑자기 하루아침에 숨 쉬며 일하는 사람으로 바뀌는 것은 어려워서, flow라는 데스크탑 앱으로 50분 일하고 10분씩 숨을 쉬려고 한다. 하루에 한 번 작은 마감을 해내면 산책을 20분 정도 하려고 한다. 대중교통 탈 때도 호흡에 집중하려고 한다. 덕분에 아침에 열심히 풀어준 근육이 이전보다 덜 굳는 게 느껴진다. 호흡도 조금은 길어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