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24 월요일 (맑음)
1년 남짓 준비해온 공간이 곧 오픈이다. 오픈 일을 정하지 않으면 언제까지 준비만 할 것 같아 날짜도 임의로 정했다. 날을 잡아두니 디데이를 살피며 마음이 분주해지기도 하지만, 분주함 역시 언제까지 이어지지는 아닐 테니 오픈을 앞둔 이의 숙명으로 받아들였다. 상가를 계약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공간을 운영하는 일이 오지 않을 일처럼 느껴졌는데, 오픈을 3주 남겨둔 지금은 떨리는 마음과 기대하는 마음이 함께한다. 떨림과 기대의 바탕에는 손님이라는 존재가 있다. 인테리어를 할 때만 하더라도 공간을 완성하는 것에만 골몰하느라 다른 것을 살필 정신이 없었는데, 공간이 얼추 완성되고, 손님들이 앉을 책상이 들어오니 비로소 그 자리에 앉아 시간을 보낼 손님들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손님들은 어떤 기대감을 품고 찾아올까. 들어와서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자리에 앉아서는 어떤 생각을 할까. 떠날 때는 어떤 느낌을 받을까. 다시 오고 싶은 마음이 들까. 인테리어를 끝낸 지 한 달이 지나 이미 공간에 익숙해지기도 했고, 손님이 아닌 운영자의 입장이기에 처음 이 공간에 들어설 손님의 반응이 쉬이 상상되지는 않는다. 그저 친구들이나 지인들이 찾아와서 공간에 대한 칭찬과 조용한 감탄을 쏟아낼 때마다 '우리 공간에 처음 온 사람들은 저렇게 느끼는구나'하며 예비 손님의 반응을 조금이나마 예측해 볼 뿐이다.
'여기 참 좋다.' '공간 너무 예쁘다.' '다음에 또 와야지.'
손님들의 이런 반응도 좋겠지만, 예비 공간 지기로서 소망을 품어본다면 손님들이 공간을 나설 때 '공간을 만들어줘서 고맙습니다.', '존재해 줘서 고맙습니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기를 바란다. 요는 '고마움'이다. 나의 마음도 어찌하기 쉽지 않은데, 남의 마음이 어찌 되기를 바라는 것이 고통의 시작일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소망은 그렇다. 공간이 굴러가기 위한 조건을 사람으로 빗대보자면 육체적 조건은 안정적인 재정이고, 고마움은 정신적 조건이다. 운영자로서는 발걸음해 주시는 손님의 존재가 고맙고, 손님으로서는 공간과 공간 지기에 대한 고마움이 공간을 굴러가게 하는 바탕이 아닐까.
이런 마음을 품은 건 자주 가는 김밥집 덕분이다. 평소에도 자주 가지만, 인테리어를 하느라 저녁을 준비하고 설거지할 체력조차 남아있지 않을 때, 미리 식재료를 사두지 않아 집에 가도 먹을 게 없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는 요즘, 더욱 자주 찾는다. 각자 먹고 싶은 김밥 한 줄에 참치김치찌개를 먹으면 더할 나위 만족스러운 한 끼다. 한껏 지치고 배고픈 상태로 김밥집에 들어갔다가, 가게를 나설 때면 사장님들에게 눈을 맞추고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배는 두둑해졌고, 몸은 따스워졌고, 추위에 떨며 바삐 걷던 걸음도 한껏 느려진다. 사장님 입장에서는 단골손님인 우리가 고맙겠지만, 우리 역시도 고마운 마음뿐이다. 집 주변에 열어주셔서 고맙고, 오늘도 늦은 시간까지 열어주셔서 고맙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셔서 고맙다.
우리의 공간도 누군가에게는 그런 존재가 되었으면 한다. '고맙습니다'는 말을 직접적으로 듣지는 않더라도 고마움을 품고 있는 이들에게는 표정, 몸짓, 인사에서 고마움의 기운이 분명 느껴질 테니까. 그렇게 우리 공간에 발걸음 하여 고마운 마음을 품는 이들이 늘어난다면, 애써 버티지 않고 자연스럽게 존재할 수 있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