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명상을 안내하는 일을 하다보니, 명상하러 오신 분들이 하루를 ‘기분 좋게' 시작하실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하게 된다. 그런데 자꾸 기분이 좋게 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기분이 좋아져야만 한다'는 기대와 연결되는 것 같아서 찝찝한 마음이 들었다.
평소에도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일종의 목표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기분이 좋다면, 좋은 것을 유지해야하고, 기분이 안 좋다면 얼른 벗어나야만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물론 나도 스스로 기분을 좋게 하기 위해서 꽤 분투하면서 살아가는 것 같지만, 문득 이런 의문이 든다.
정말 기분이 늘 좋아야만 할까? 기분이 좋다는 건 어떤 상태를 말하는걸까?
한 순간 기분이 좋다고 해서 제대로 살아가는 것도, 기분이 나쁘다고 해서 제대로 살고 있지 못한 것도 아니다. 기분이 대단히 좋은 상태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기분이 좋아야 한다’는 집착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기분이 대단히 좋은 상태라는 게 따로 있을 거라는 판타지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사실 오늘 하루에도 기분 좋은 순간이 끊임없이 계속 된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다.
맛있는 음식을 음미하며 먹을 때, 아침에 5분 더 잘 수 있을 때, 강아지가 나에게 달려올 때, 하루의 첫 커피 한 모금, 출근길 버스가 왔을 때, 기다리던 택배가 왔을 때, 보드라운 바람이 불 때, 샤워하며 좋은 향을 맡을 때, 뻑뻑한 눈을 잠시 쉬게 하려고 눈을 꼭 감았을 때, 기지개를 켜면서 팔과 어깨에 혈액 순환이 될 때 은근히 기쁘다.
기분 좋은 상태를 목표로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한결 기분이 나아진다. 그래, 이런 기분도 나쁘지 않아! 지금 이 정도면 충분해! 다시 한 번 내가 이미 경험하고 있던 기분 좋은 느낌에 잠시 집중해본다. 기쁨이 또렷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