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친구의 덕목이란 무엇인가. 좋은 친구는 멋진 친구인가, 하면 그건 확실히 아닌 것 같다. 좋은 친구는 자주 보는 친구인가, 하면 가려운 데를 딱 긁어주지는 못한다. 좋은 친구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존중해 주는 친구인가, 하면 그건 본선보다는 예선에 가까운 답인 것 같다.
그래서 질문을 하기 시작하고 답은 더 이상해진다. 설명하는 사람이 있고, 보여주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어떨 때는 설명하고, 어떨 때는 보여주는 사람이면 좋겠는데. 그럼, 자물쇠 같은 사람이 있고, 열쇠 같은 사람이 있다면? 글쎄… 무슨 논술 질문을 만난 것처럼 고민의 시간은 길어지고, 답이 자꾸 장황해진다.
한 친구가 떠올랐다. 나에게 힘든 일이 생긴 날, 친구가 오늘의 운세를 보자며 태어난 시간을 물었다.
“나? 유시."
그런데 오늘 있었던 일에 비해 오늘 운세가 너무 좋은 거다. 그래서 이달의 운세를 봤다. 신기하게도 이달의 운세가 무척 좋아서 올해의 운세를 봤다. 운세의 특징은 보통 좋은 점과 아쉬운 점이 번갈아 가며 나와서 어디에라도 ‘힘들어진다'는 말이 나오기 마련이 아닌가. 올해의 운세 속에 포함된 이달의 운세를 보더니 그가 말했다.
"자자, 여기 있네. 다 이미 정해져 있어."
애타게 뒤져서 찾은 계시의 문구를 그가 입 밖으로 읽어나갔다.
“매사가 자기 뜻대로만 되지는 않습니다. 문서나 제반 금전 혹은 책임소재와 같은 분야로 인하여 다툼이 발생할 수 있으니 절대로 나서거나 경거망동해서는 안 되는 시기입니다. 자중하시기를 바랍니다! 하!”
나라는 함수 상자에 삶의 이런저런 문제를 넣으면 ‘열심! 성실! 분투!’라는 값이 나왔는데, 언제부턴가 마술사의 요술 상자처럼 자꾸 이상한 것들이 튀어나온다. 운세가 튀어나오질 않나, 어설픈 농담이 뿜어져 나오지 않나, 어떤 날에는 뺑오쇼콜라가 나온다(?). 그건 아마도 시답잖은 농담에도 같이 웃어주고 생각지도 못한 엉뚱한 해결책을 제시해 주는 친구의 영향일 것이다.
좋은 친구의 덕목은 잘 정리가 되지 않지만, 하늘을 저주하며 나자빠져 있을 때나 축하할 일이 있어 신나게 케이크를 사러 갈 때나 변함없이 싱거운 농담이나 던지며 같이 웃을 수 있는 친구는 틀림없이 좋은--좋다는 말로 다 담을 수 없을만큼 좋은--친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