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붕어빵 좋아하세요?
“웬 줄이야?”
근처 버스 정류장 근처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철을 맞아 다시 오픈한 붕어빵 집이었다. 팔짱을 끼고 줄 서 있는 사람들에게서는 하얀 입김이 나왔고, 영하의 날씨에 포근한 붕어빵 봉지를 품고 가는 사람들을 보고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갓 구워낸 붕어빵은 맛있었다. 맛있는 붕어빵은 그냥, 적당하게, 딱 맛있다. 적당히 바삭하고, 적당히 촉촉하고, 팥도 적당히 달구나, 라고 평가하기도 전에 분명하게 맛있다. 그 적당함이 특별함의 비결이었다. 그날 이후로 우리는 하루 한 번 출석 체크를 하듯이 붕어빵 집을 찾았다.
붕어빵을 매일 먹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루 이틀은 맛으로 먹었다 쳐도, 나는 왜 붕어빵을 매일 사 먹고 있는가. 도대체 이 적당한 붕어빵의 매력이 뭘까? 참 이상하게도 붕어빵을 받아서 입에 물 때보다 붕어빵 집까지 부푼 마음으로 걸어갈 때가, 붕어빵 집에서 따뜻한 봉지를 받았을 때가 더 좋은 게 아닌가. 붕어빵은 입보다는 마음으로 먹는 빵인가. 그렇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 나는 어젯밤에도 붕어빵을 먹었다.
“저, 붕어빵 좋아하세요?”
서먹한 사이인데 친해지고 싶다고 밥을 사거나 목도리를 사준다면 조금은 부담스럽다. 그런데 붕어빵은 어떤가. 건네는 붕어빵을 마다하는 사람은 아직 못봤다. “저…. 붕어빵 좋아하세요?”라고 내가 물어본다면 당신과 친해지고 싶다는 뜻이다. 붕어빵과 함께하는 순간 중 제일 즐거울 때는 누구에게 먹으라고 내밀 때다.
정리해 보자면 나의 선호는 이렇다.
붕어빵을 입에 넣을 때 < 붕어빵을 사러 갈 때 < 갓 나온 붕어빵을 품을 때 < 따끈한 붕어빵을 건넬 때..
붕어빵과 붕어빵을 품는 마음에 대해 이렇게까지 생각하고 있는 걸 보면 난 틀림없이 붕어빵을 좋아하는가 보다.
오늘은 아침 산책을 하면서 은퇴 후 붕어빵 장사를 하는 상상을 해봤다. 그 붕어빵집의 이름은 ‘손난로 붕어빵’. 손난로를 닮은 붕어빵 봉투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저, 붕어빵 좋아하세요..? 따끈따끈 손난로 붕어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