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떤 종류의 자세랄까, 프로의식을 가진 꽃집에 대해 말해보려고 한다.
나는 10kg의 제법 묵직한 고양이와 동거 중인 반려인이면서, 동시에 꽃을 너무 좋아해 퇴근길이면 참새방앗간 처럼 꽃집을 들르는 인간이다. 고양이와 가족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무지한 것이 많아 취향대로 꽃을 사고 집에 들여놓았다. 그러나 고양이도 나도 나이를 먹고, 집사로 산 시간이 켜켜이 쌓여감에 따라 고양이는 각종 꽃과 풀, 그러니까 온갖 종류의 식물과는 도통 친해질 수 없는 상극의 존재임을 알게 되었다.
꽃을 보는 것을 워낙 좋아하고, 동네 꽃집에 불쑥 들러 만 원어치, 이 만원어치씩 포장재 없이 한두 다발 덜렁 들고 귀가하는 것이 큰 즐거움이었던 나는, 그렇다면 반려 고양이를 위해 꽃을 보는 삶은 포기해야 하는 걸까 문득 고민에 빠졌다. 그래도 드물게나마 고양이에게 무해한, 이를테면 장미 같은 꽃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포기하는 대신, 좀더 부지런해지기로 결심하게 되었다.
꽃집에 가서 ‘고양이를 키워서, 고양이에게 무해한 꽃이 혹시 있나요?' 라고 묻는 것부터 시작이었다. 그러나 많은 꽃집이 고양이에 대해, 혹은 인간을 제외한 어떤 생명에게 유해하거나 무해한 꽃에 대한 지식이 없었다. 간혹 핸드폰으로 검색하며 찾아주시는 정성을 보이는 곳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동네 꽃집은 꽃의 소비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기에 꽃의 종류가 한정되어 있었고, 그 안에서 조건을 만족하면서 내 취향에도 맞는 다발을 만들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다 어떤 꽃집을 만났다. 고양이에게 무해한 꽃을 찾던 내가 장미 한 대 들고 허전히 돌아간 것을 기억하고는, 다음에 꼭 와주세요- 말하던 사장님. 어느 날 장미라도 하나 사가고 싶은 마음에 불쑥 말도 없이 들렀는데, 사장님이 기억을 하시고는 ‘고양이에게 무해한 꽃들 섹션'을 보여주셨다. “많진 않아요. 그래도 빨갛거나 분홍 장미는 싫다고 하셨어서 이 장미도 들여놨구요. 리시안셔스나, 여기 맨드라미도 괜찮다고 하더라고요.”
나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아, 그래도 원래 들이던 루틴이 있으실 텐데 이렇게..”
사장님이 답했다. “아녜요. 생각해봤는데, 요즘 같이 반려동물하고 같이 사는 사람들이 많은 시대에, 꽃집 사장이라는 사람이 고양이나 강아지한테 뭐가 좋고 나쁜지 정도는 알고 있어야 되는 거더라고요. 이왕이면 모두에게 무해한 꽃이 많은 꽃집인 게 저도 좋죠.”
‘꽃집 사장이라면, 사람 뿐 아니라, 고양이나 강아지에게 어떤 꽃이 좋고 나쁜지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한다.’ 나는 그 말에 잠시 감동했다. 이어서 어떤 종류의 직업의식이랄까, 사장님께서 자신의 일을 대하는 자세, 그러니까 프로 정신을 읽었다.
누군가의 프로 정신은 역시, 감동적인 거구나! 그 앞에서, 상극 처럼 보이는 두 존재도 멋지게 공존하는 일이 기꺼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나는 감히 그곳을 고양이 친화적 꽃집이라고 이름 붙인다.
세상에 더 많은 고양이 친화적 꽃집이 생겨나기를! |